
문이 열려도 더 이상 마중 나오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아침이 있습니다. 밥그릇을 치우려다 손이 멈추고, 늘 앉아 있던 창가 자리를 괜히 한참 바라보게 됩니다. 함께 지낸 고양이를 떠나보낸 뒤 찾아오는 이 먹먹함을 흔히 펫로스라고 부릅니다. 눈물이 날 만큼 큰 슬픔인데도, 어딘가에서는 "그깟 고양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한 고양이의 마지막 시간을 따라가며, 보호자가 그 자리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자신을 돌볼 수 있을지 조용히 짚어 보려 합니다.
열일곱 해를 함께한 멜리나의 마지막 계절
반려동물 심리를 다루는 블로그 Companion Animal Psychology의 멜리나 이야기에는, 열일곱 살까지 함께한 고양이 멜리나를 떠나보낸 보호자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멜리나는 노년기에 들어서며 림프종(혈액·면역 세포에 생기는 종양)이 의심되어 항암 치료를 받았고, 갑상선 질환으로 방사선 치료도 거쳤다고 합니다.
긴 투병이었지만, 보호자는 멜리나를 "모든 과정을 씩씩하게 견뎌 낸 아이"로 기억합니다. 말이 많고 수다스러운 성격이어서 오래도록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대목에서는, 치료의 무게보다 함께 보낸 시간의 결이 먼저 느껴집니다. 마지막 몇 달에도 멜리나는 캣휠을 배우며 제 나름의 하루를 살아갔습니다.
노년기의 투병은 보호자에게도 긴 시간입니다. 매일의 약과 병원 일정, 식욕과 컨디션을 살피는 하루하루가 쌓입니다. 그 과정에서 보호자는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해 나가지만, 동시에 다가올 이별을 어렴풋이 준비하게 되기도 합니다. 멜리나의 기록에서 보이는 것도 바로 그 두 마음이 겹친 시간입니다.
아이를 떠나보낸 뒤 보호자가 남긴 "멜리나는 참 좋은 친구였고, 많이 그리울 것"이라는 문장은 담담하지만 오래 남습니다. 아플 때의 간호 기록보다, 그 아이의 목소리와 성격을 먼저 떠올리는 이 시선 안에, 펫로스를 지나는 많은 보호자의 마음이 겹쳐집니다.
돌보던 손이 할 일을 잃었을 때
노년기의 아이를 간병해 본 보호자라면 알 것입니다. 약 먹이는 시간, 병원 가는 날짜, 밥을 얼마나 먹었는지 적어 두는 일로 하루가 빼곡히 채워집니다. 그러다 아이가 떠나면, 그 모든 일과가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할 일을 잃은 손은 갈 곳을 몰라 자꾸 빈 자리를 더듬게 됩니다.
이때 밀려오는 감정은 단순한 슬픔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때 다른 치료를 택했다면" 하는 후회,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자책, 혹은 긴 간병이 끝났다는 데서 오는 미묘한 안도감까지 뒤섞이곤 합니다. 이런 감정들이 동시에 찾아오면, 많은 분이 "내가 이런 생각을 해도 되나" 하며 스스로를 더 몰아세웁니다.
특히 치료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선택을 거듭했던 보호자일수록, 지나간 결정 하나하나를 되짚으며 마음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들은 모두 그 순간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고르려 한 흔적입니다. 결과만 놓고 당시의 자신을 탓하기보다, 그때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편이 지친 자신을 덜 아프게 합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감정이 겹쳐 드는 것은 그만큼 오래, 깊이 돌봤다는 흔적일 수 있습니다. 어느 감정도 틀린 것이 아니라고, 지금은 그렇게 여겨 보시면 어떨까요.
슬픔을 지나는 걸음은 저마다 다릅니다
펫로스를 지나는 속도와 모양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한바탕 울고 나서 차차 일상으로 돌아오고, 어떤 분은 몇 달이 지나도 불쑥 눈물이 솟습니다. 정해진 기간이나 '정상적인'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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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이라는 말은 흘려보내세요. 그 아이를 몰랐던 사람의 자막일 뿐입니다." |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아이의 사진을 당분간 치워 두는 분이 있는가 하면, 사진을 작은 액자에 담아 곁에 두는 것으로 위로를 얻는 분도 있습니다. 둘 중 무엇이 옳은 애도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에게 조금 더 편한 방식을 골라 가는 과정 자체가 애도일 수 있습니다.
주변의 다른 보호자와 마음을 나누거나, 아이와의 시간을 짧게 적어 보는 일이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립니다. 반대로 한동안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 마음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슬픔을 억지로 빨리 끝내려 하지 않는 편이 결국은 자신을 덜 지치게 합니다.
멜리나의 보호자가 그랬던 것처럼, 아플 때의 기록보다 함께 웃었던 장면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게 되는 날이 천천히 찾아옵니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정해 줄 수 없지만, 펫로스를 지나는 걸음은 분명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창가 자리가 아직 비어 보이는 날에는, 그 자리를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열일곱 해를 함께한 아이가 그랬듯, 좋은 친구는 떠난 뒤에도 오래 곁에 머뭅니다. 당신이 그 아이를 그리워하는 그 마음이, 둘이 함께한 시간이 진짜였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입니다.
면책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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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을 위한 안내이며, 개별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증상이 의심되거나 결정이 어려울 때는 가까운 동물병원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마음의 슬픔이 오래 이어져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잠들기 힘들고 스스로를 돌보기 벅찬 상태가 계속된다면 심리 상담이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