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omestic cat sits beside a person working on a laptop, relaxing on a sofa at home.
사진은 본문과 연관 없음.

해가 부쩍 짧아진 가을 저녁, 사료 알갱이가 쏟아지는 소리에 고양이가 부엌으로 달려갑니다. 다 먹고 나서는 그릇을 채워 준 사람을 지나쳐, 소파 끝에 앉은 다른 식구 옆에 몸을 말고 눕습니다. 끼니를 챙긴 쪽은 머쓱하게 웃고, 고양이를 곁에 둔 쪽은 어쩐지 미안해집니다.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은 집이라면 고양이 심리가 문득 궁금해지셨을 겁니다.

돌봄은 저 사람 몫인데 옆자리는 내 차지일 때

예를 들어 이런 집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삽니다. 끼니와 화장실을 챙기는 일은 거의 한 사람이 도맡습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날마다 찾아가 기대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고양이가 고른 사람은 처음엔 조금 우쭐했습니다.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수고는 같이 사는 사람이 다 하는데 왜 하필 나일까. 간식을 몰래 더 줘서인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따져 봐도 답이 딱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궂은일을 도맡은 이는 자신은 급식 담당일 뿐이라며 웃어넘겼습니다. 선택받은 이는 그 웃음에 묻은 서운함이 보여 더 미안했습니다. 이유도 모르고 받은 애정이 남의 몫을 가로챈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양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라, 그 감정은 한동안 말없이 쌓여 갔습니다.

이유를 캐묻기보다 아이의 믿음을 지키고 싶어진 요즘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같은 집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고양이가 찾아와 눕는 사람은 더는 그 애정을 빚처럼 여기지 않습니다. 갚아야 할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믿음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따져 묻기를 멈추자, 아이가 먼저 다가올 때까지 손을 거두고 기다리는 일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궂은일을 맡아 온 사람의 서운함도 어느새 결이 달라졌습니다. 기대 오는 품은 아니어도, 매일 채워지는 그릇과 깨끗한 화장실이 아이의 하루를 받친다고 여기게 됐습니다. 그렇게 보니 순서에서 밀렸다는 사실이 전처럼 아프지만은 않았습니다. 밤마다 고양이가 향하는 곳이 달라도, 함께 쌓아 온 날들까지 지워지는 건 아니니까요.

어째서 나인지 묻기 전에, 고양이가 사람에게 정을 붙이기는 하는지부터 살펴볼 만합니다. 2019년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실린 한 논문이 이 물음을 다룹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입니다.

PubMed 초록을 보면, 저자들은 사람 아기를 다룬 문헌에서 확립된 행동 기준을 고양이에게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고양이도 보호자를 향해 서로 구분되는 애착 유형을 드러낸다고 보고했습니다. 대학이 낸 보도자료는 반려 고양이도 어린아이나 개처럼 자신을 보살피는 사람에게 애착을 형성한다고 전합니다.

실험에서 고양이는 낯선 방에서 돌보는 사람과 2분, 혼자 2분을 보낸 뒤 마지막 2분 동안 재회했습니다. 재회 순간 안정 애착을 보인 고양이는 스트레스가 덜했고, 사람과 방 안 탐색 사이에 관심을 나눴다고 합니다. 주저자 비탈레(Kristyn Vitale)는 고양이 다수가 보호자에게서 안정감을 얻는다고 짚었습니다. 긴장될 때 그 사람에게 의지해 안심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보도자료에는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불안정 애착으로 분류된 고양이는 꼬리를 씰룩이거나 입술을 핥는 등 스트레스 신호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을 멀리하거나, 반대로 무릎에 뛰어올라 꼼짝 않고 매달렸다고 합니다. 이 모습은 낯선 방에서 잠깐 떨어졌다 만나는 실험 속 장면이라, 집 안 일상과 곧장 겹쳐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 사람에게 기울까요. 고양이 정보 사이트 iHeartCats의 해설 글은 밥을 누가 주느냐로 상대가 정해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고양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지, 에너지가 잘 맞는지가 기준이라는 풀이입니다. 차분한 고양이는 가장 차분한 사람을, 장난기 많은 고양이는 놀이를 거는 사람을 따르기 쉽다고도 적습니다.

iHeartCats는 또 놀라게 하거나 움켜잡거나 거칠게 다룬 적이 한 번도 없었는지도 조건으로 꼽습니다. 변덕스러운 기분을 잘 읽어 내는 사람이 대개 마음을 얻는다는 대목도 눈에 띕니다. 보호소 출신 아이라면 지나온 날들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짚습니다. 다가가려는 사람과 성별·키·나이·머리색이 비슷한 누군가에게 안 좋은 일을 겪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풀이는 앞의 초록이나 보도자료에서 확인되는 내용이 아닙니다. 두 곳 어디에도 집 안에서 누구를 더 따르는지, 먹이 주는 사람과 관계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iHeartCats 글의 설명으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같은 글은 첫손에 꼽히지 않았다고 해서 고양이가 그 사람을 아끼지 않는 건 아니라고 다독입니다. 가족 안에서 맡은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앞에서 매일 밥을 주는 식구가 찾은 위로와도 겹칩니다.

고양이마다 사정이 달라서, 이 몇 문단으로 다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갑자기 숨거나 사람을 피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면 몸이 불편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마음의 문제로만 짐작하기보다 동물병원 수의사와 먼저 상의해 보시면 어떨까요.

고양이 심리를 들여다보는 일은 정답을 맞히기보다 기다리는 법을 익히는 일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왜 하필 나였는지는 끝내 알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사료를 붓는 손과 저녁마다 내어 주는 옆자리는, 같은 고양이의 하루 안에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면책 사항

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을 위한 안내이며, 개별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증상이 의심되거나 결정이 어려울 때는 가까운 동물병원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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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참고용 정보입니다. 건강·의료·법적 사항은 반드시 수의사 또는 해당 기관에 직접 확인하세요.